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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 / 이승훈 그러나 시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문학적인 글과 비문학 적인 글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많은 시의 초보자들이 시를 쓰면서 저지르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문학적인 글과 비문학적인 글을 혼동하는 일이다. 모든 글은 언어를 수단으로 한다. 그렇지만 언어로 표현된 모든 글을 문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문학적인 글과 비문학적인 인 글을 구별하는 데에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 지만, 이 자리에서는 크게 방향, 목적, 범주, 평가라는 네 가지 기준에 의해 살펴보기로 한다. *④ 모든 글은 언어로 이루어지며, 언어는 기호 sign에 지나지 않다. 기호란 무엇인가를 대신한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를 테면 "산"이 라는 언어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인▲을 대신한다. 따라서 "산" 이라는 언어는 기호로서의 특성을 나타낸다. 모든 언어는 그런 점에서 그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을 소유하게 마련이다. 또한 기호로서의 언어 는,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가 지적했듯이, 소리심상 signifiant과 개 념 signfiet으로 이루어진다.*⑤ "산"이라는 언어의 경우 소리심상은 발음할 때 나는 [S∧N(산)]이며, 개념은 지시대상인 ▲이다.
전자를 기호의 물질성, 후자를 기호의 의미라고 한다면, 모든 언어가 의미를 띨 수있는 것은 개념을 환기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을 소유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호로서의 언어는 외부세 계의 대상이 아니라 기호로서의 언어 자체를 지향하는 수도 있다. 미 국의 문학이론가 프라이는 언어적 기호의 이러한 두 방향에 대해 언 급하면서, 기호가 외부세계를 지향하는 것을 원심적 centrifugal 방향, 기호가 기호 자체를 지향하는 것을 구심적 centripetal 방향이라고 부 른 바 있다. *⑥ 그에 의하면 전자는 언어의 축어적 국면 literal phase, 후자는 묘사적 국면 descriptive phase에 해당된다. 축어적 국면에서 언어, 이를 테면 하나의 낱말을 대할 때 우리는 그 언어가 지시하는 지시물 및 낱말과 낱말의 인습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계속 외부세계 를 향한다. 그러나 묘사적 국면에서 하나의 낱말을 대할 때 우리는 그 낱말의 지시물보다는 그 낱말이 글 속에서 만드는 보다 커다란 언어 패턴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킨다. 이를테면 "산"이라는 낱말의 경우, 묘 사적 국면에서 우리는 페이지에 기록된 기호의 물질성, 곧 시각적 효 과, 그 기호를 읽을 때 나오는 청각적 효과, 나아가 그 음이 환기하는 이미지나 기억 등에 관심을 둔다. 이러한 효과나 이미지는 모두가 허 구의 세계에 속하며, 그것들은 상상력에 의해 드러난다. 모든 문학적 인 글은 궁극적으로 이렇게 언어기호가 구심적 방향으로 움직이며, 비 문학적인 글은 이와는 반대로 원심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
간단히 그 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비문학적인 글에 속하는 신문기사나 과학논문을 생각 해 보자. 신문기사가 노리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보전달이며, 과학논문이 노리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보와, 그 사실에 대한 논리적 증명이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에 속하는 시가 노리는 것은 그 러한 정보전달이나 논증이 아니다. 이를테면 김소월의 「山有花」에 나
시인은 이 시에 서 독특한 하나의 심적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그러한 창조는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는 말은 시인과 꽃과 의 거리에 대한 어떤 객관적 정보도 드러내지 않으며, 또한 어째서 그 렇게 혼자 피어 있는가에 대한 논리적 증명도 하지 않는다. 이 시행은 외롭게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에 대한 시인의 정서적 반응과, 그 반응 을 토대로 하여 전개되는 상상력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山有花」에서 노래되는 세계는 이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독특한 공간이 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이 창조의 세계를 노린다고 해서 어떤 사실에 대한 정보나 논증에 대해 전적으로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 제 1목적이라고 쓴 것은, 이러한 목적이 지배적임을 뜻한다. 원래 문학 literarure 이란 용어는 서양에서는 문자 letter 라는 낱말을 어원으로 하고, 이 문자라는 낱말은 잎사귀 litter 라는 낱말을 어원으로 한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잎사귀에 글씨를 새겼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문학은 광의로는 글로 된 일체 의 책을 의미한다. 그렇던 것이 오늘날처럼 문학적인 글과 비문학적인 글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소위 창조의 개념 혹은 예술의 개념이 제대 로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의 개념을 어디 에 두느냐에 따라 시대적으로 문학적인 글의 범주는 달라질 수 있다. 모울톤같은 문학이론가는 역사, 철학,철학, 웅변도 문학적인 글의 범주 에 포함시킨다.*⑦ 비문학적인 글의 가치를 따지는 데에는 유용성. 명백성. 실증성 이 기준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의 가치를 따지는 데에는 이와는 다르게 통일성. 다의성 심미성을 기준으로 한다. 신문기사가 신문기사로서 훌륭한가 훌륭하지 못한가를 따질 때에는 그 기사가 우 리들의 현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 그 기사의 문체가 명백한가, 그 기사가 다루고 있는 정보가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가에 관심 을 둔다.
과학논문의 경우에도 그렇다. 이를테면 어떤 식물학자가 "진 달래꽃"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자. 그의 글이 논문으로서 가치를 띠기 위해서는 이를테면
다시 말하면 이 글이 고학논문으로서 흠 잡을 구석이 없는 것은 이 글이 우리의 삶에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고, 글의 문체가 명백하고, 글의 내용이 객관적 진리를 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의 경우에는, 이를테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 시가 가치 있는 것은 한 편의 시로서 통일성을 소유하고, "진달래꽃"의 의미가 여러가지로 나타나며, 독특한 미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일성. 다의성. 심미성이 평가 의 기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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